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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학술

[도서 리뷰 정리]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 『덕의 상실』 / 문예출판사

by Radimin_ 2016.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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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덕의 상실』[각주:1]



이 책은 공화주의적 공동체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는 도덕사상가 매킨타이어의 덕에 관한 고찰이 담긴 철학서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는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

이 책의 문체가 만연체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이 책에서 풍부하게 인용하고 있는 여러 사상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다행히도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 책의 핵심적인 장들은 다른 장들에 비해 읽기가 편하다(10~18장).

아마 다른 장들은 매킨타이어가 자신의 주장을 역사적, 사상적으로 고증하기위한 지난한 작업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 매킨타이어의 덕이란


매킨타이어는 정의의 문제에 있어서 로버트 노직이나 존 롤즈의 정의보다 더 포괄적 차원의 개념으로서 ‘덕’을 제시한다. 그는 덕을 (노직의 소유권 개념처럼)선험적이고 절대적인 전제조건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그는 덕에 대한 역사적, 기능적, 맥락적 논증을 시도함으로써 덕이 가지고 있는 개념적 위치를 설명해나간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특정 사회공동체 안에는 특정한 실천들이 있고 이에 따라 특정한 덕 목록이 존재해왔으며, 기능적으로 덕은 그 사회의 다양한 실천들을 융성하게하고 실천 수행에 의해 획득되는 외재적 선(예컨대 돈, 권력, 지위와 같은 성취방법이 다양하게 열려있고 개인 귀속적인 선)과 내재적 선(특정 실천에 내재되어 있고 탁월성을 지향하며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선) 중에서 특히 내재적 선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성질이다. 또한 그것은 도덕적 전통과 설화적 역사의 맥락 속에서 규정된 자아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텔로스를 확립하고 인간선을 탐구하는데 필요한 덕이다. 그리고 그는 각 사회공동체마다 가질 수 있는 상이한 덕 목록을 관통하는 덕으로서 정의, 용기, 정직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매킨타이어의 덕에 대한 사유는 로버트 노직이나 존 롤즈의 정의론과 비교하여 정치영역에서 다른 차원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 노직과 롤즈, 그리고 매킨타이어 - 외재적 선과 내재적 선의 구분


우선 내재적 선이 배제된 정의가 가능한가의 문제가 있다. 노직과 롤즈의 정의론에서 고려되는 선들은 매킨타이어의 입장에서 보면 외재적 선에 해당한다(물론 롤즈는 분배의 대상이 되는 요소에 ‘재능’을 포함시키나 궁극적으로는 그것에 의한 외재적 선의 현재적 분배 상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외재적 선에 입각한 정의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매킨타이어의 선의 분류에 따르면 외재적 선은 인간삶, 그리고 공동체에서 추구될 수 있는 선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노직의 소유권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의와 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의의 개념이 정의를 설명하기에 충분히 포괄적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매킨타이어에 의하면 덕은 종종 외재적 선의 성취에 큰 장애물이 되므로 외재적 선의 추구는 자칫 덕의 소멸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렇듯 외재적 선만이 고려되는 사회에선 덕이 상실되고 내재적 선은 증발되며 실천들이 타락함으로써 공동체는 쇠퇴한다. 즉 공동체의 정의의 문제에선 실천들의 내재적 선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이 추구하는 선과 가치에 대한 좀 더 다각화된 시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준다고 볼 수 있다.



■ 노직과 롤즈, 그리고 매킨타이어 - 간주관적 자아


둘째로 인간관에 대한 관점의 문제이다. 노직과 롤즈 모두 자신의 이론에서 개인주의적 인간관을 선험적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데 비해, 매킨타이어는 인간관 자체에 대해 논증하면서 인간삶과 자아를 간주관적 맥락과 역사적 위치 속에서 파악한다. 실천이 갖는 역사성을 고려할 때, 실천에 참여하는 개인의 텔로스 또한 실천에 내재되어있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된다. 공동체의 도덕적 전통 또한 개인을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나는 이러한 매킨타이어의 논증에 동의한다. 과연 자신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 자가 있을까? 개인은 타인이 부여한 이름으로 지칭되고, 특정 가계도 속에 존재하며,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통해 소통한다. 심지어 자아에 대한 사유조차 이러한 것들에 의지하지 않고는 정의내리기가 불가능하다(예컨대 특정 언어의 도움 없이 사유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미 공동체의 언어를 취득한 자가 언어를 배제하고 자신을 사유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처럼 자아가 공동체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규정된다는 논증을 받아들인다면, 개인주의적 인간관에 입각한 공동체 논증은 전제조건에서부터 문제점을 노정하게 된다.



  1.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이진우 역, 『덕의 상실』, 문예출판사, (199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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