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無用)하다고 여겨지는 분야들에 대하여

Posted by 딤레인
2016. 8. 8. 07:30 사색


예술, 문학, 철학 등은 흔히 무용(無用)한 것으로 여겨진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것들은 ‘먹고 사는 것’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먹고 사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반만 타당하다. 이러한 말은 사실 ‘먹고’의 단계에 머물러있으며, ‘사는 것’의 단계까지 나아가진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이라는 말은 우리에 갇힌 가축들에게도 타당하다. 가축들은 우리 안에 있는 이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먹고 사는 것에 아무런 지장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삶이 온전히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삶은 가축의 경우처럼 단지 먹는 것을 통해 생명을 지속하는 것으로만 표현될 순 없다. 인간으로서 생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세계의 모든 사물과 자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다(필자는 사실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도 이러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세계와의 감응과 향유, 감각적 즐거움과 인식의 행복을 삶에서 배제한다면 삶은 그저 섭취와 배설의 반복 속에서 노화되어 죽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물질적인 차원에만 갇힌 삶을 본래의 위치로 회복했을 때,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분야들은 비로소 재조명될 수 있다. 이 분야들은 인간의 향유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떤 새로운 예술이 발명된다면, 사람들은 예술을 통하여 세계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다양하게 향유할 수 있다. 철학을 통하여 인간은 자신에게 부여된 이성과 감성을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문학을 통하여 인간은 타인들의 내면과 삶을 이해하고 타인들과 더욱 긴밀히 유대할 수 있다. 



삶이 물질적 차원 이외의 더 넓고 광대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무용하다고 낙인찍힌 분야들에 대하여 그 낙인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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