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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학술

[도서 리뷰 정리]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 『자살론』 / 삼성출판사 -제1부-

by Radimin_ 2016.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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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목 차 -

1. 자살은 비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1.1 자살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 부정

  1.2 자살과 정상심리ㅡ인종과 유전 요인에 대한 부정

  1.3 자살에 대한 우주적(자연적) 요인의 부정

  1.4 자살과 모방의 상관관계 부정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1858~1917)의 『자살론』[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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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정리]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 『자살론』 / 삼성출판사 -제2부-



뒤르켐(뒤르껭)은 19~20세기에 걸쳐서 객관적인 사회학의 큰 틀을 확립한 사회학자이다. 사회의 제 현상을 객관적인 연구대상으로 상정하여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한 뒤르켐은 실증주의에 입각한 사회과학의 성격을 분명히 한 사회학자 중 한 사람이다. 뒤르켐은 사회 현상으로서의 인간의 활동은 개개인의 주관적 혹은 심리학적 요인보다도 사회구조와 집합의식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의 사회학 연구는 자연스레 사회구조와 집합의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높은 자살률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력과 수고에 대하여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삶은 더욱 고단해져가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단한 삶에 대하여 합당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자유시장경제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사회의 실질적 자유는 메말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얻어야만 하는가? 집단과 연대의 힘은 서로를 보듬고 개개인의 활기를 재생시키며 서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연대마저 찾기 힘들어졌다. 무수한 개인들이 파편화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높은 밀도로 몰려있지만 각 개인들은 자신만의 방어벽에 갇혀 자신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 또는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여있지만 혼자이며, 함께 있지만 고독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연대의 위기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위기의 연장선 상에서 자살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바로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 때문이다. 한 해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떠한 고통 속에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사실상 우리 자신도 사회가 부과한 삶의 무게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시금 상호무관심과 연대의 해체로 이어져 사람들을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파편화된 개인은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권력 앞에서 절대적으로 무력하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자살 문제에 대한 지식을 쌓음으로써 조금이나마 이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들을 올바르게 꿰뚫어보고 싶었다.



뒤르켐의 저서 중 하나인 『자살론』은 바로 객관적 사회학 방법론을 통해 사회 현상으로서의 자살을 집중 조명한 저서이다. 자살은 흔히 개인의 정신질환, 우울과 권태, 격렬한 슬픔과 분노 등의 개인적 요소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뒤르켐은 이러한 관점에 반발하면서 자살이란 분명 개개인의 특수한 심리적 상태를 수반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살자의 특수한 심리상태는 오히려 특정 사회의 관념체계와 집합의식의 결과이며, 그것은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 없고 다만 자살자의 마지막 결단에 촉매제적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즉 자살이라는 현상의 이면에는 특수한 심리상태가 발흥하기 이전에 이미 사회적으로 그 조건이 주어져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는 다소 구조 편향적인 관점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선 무수한 비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그의 통계자료를 통한 정밀한 논증은 분명 자살에 있어서 사회구조적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해내고 있다. 



『자살론』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   서  문
  •   서  론
  • 제1부 비사회적 요인
  •   제1장 자살과 정신질환
  •   제2장 자살과 정상심리ㅡ인종과 유전
  •   제3장 자살과 우주적 요인
  •   제4장 모  방
  • 제2부 사회적 원인과 사회적 유형
  •   제1장 사회적 원인과 사회적 유형의 결정 방법
  •   제2장 이기적 자살
  •   제3장 이기적 자살(속續)
  •   제4장 이타적 자살
  •   제5장 아노미성 자살
  •   제6장 제 자살유형의 개인적 형태
  • 제3부 사회현상으로서의 자살의 일반적 성격
  •   제1장 자살의 사회적 요소
  •   제2장 자살과 다른 사회적 제 현상과의 관계
  •   제3장 실제적 결과



‘제1부 비사회적 요인’에서는 자살의 근본 요인을 개개인의 심리 상태나 기타 비(非)사회적 요인에서 찾는 여러 주장들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반박은 수많은 통계자료의 해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1. 자살은 비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1.1 자살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 부정


제1부의 제1장(자살과 정신질환)에서 그는 자살이 정신질환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거나 자살 그 자체가 정신병이라는 주장을 부정한다. 자살 자체가 정신병이 아님은 정신병의 정의로부터 연역해감으로써 밝히고 있다. 더불어 자살이 정신질환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통계자료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는 정신질환이 자살의 한 원인이 될 수는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은 사회 전체의 자살 현상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자체가 자살로 이어지는 필요조건 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약 자살과 정신질환이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는 주장이 신빙성이 있으려면 실제로 정신질환이 만연한 곳에서는 자살률 또한 높아야 한다. 그러나 그가 통계자료를 통해 바라본 현실에서는 정신질환 발생률과 자살률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도출되지 않았다. 실제로 정신질환 발생률이 가장 높으면서도 자살률이 가장 낮은 곳이 발견되었으며, 다른 지역들을 비교 검토한 결과 정신질환 발생률과 자살률 간의 비례 혹은 반비례 관계가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어낸다. 따라서 그는 자살이 비사회적 요인에 의한 현상이라는 주장 중 첫 번째 주장인 정신질환과 자살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장의 타당성을 부정한다.



1.2 자살과 정상심리ㅡ인종과 유전 요인에 대한 부정


뒤르켐은 자살에 대한 정신질환적 요인을 부정한 후 두 번째로 제기될 수 있는 주장, 즉 정상적 심리상태에서의 자살 중 인종과 유전의 요인에 관한 주장을 논박한다. 



우선 그는 인종에 관한 정의를 문제 삼는다. 일반적으로 인종이란 특수한 생물학적 특징을 공유하는 혈연적 관계로 정의된다. 하지만 각 인종이 지니는 생물학적 특수성은 다양한 혈연집단 간의 교류에 의해 이미 이른 시기에서부터 상당한 정도로 희석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논의되는 인종이란 개념은 혈연을 기반으로한 개념이라기보다는 동일 문명을 공유하고 있는 사회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면 인종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적인 개념이 되며, 비사회적 요인으로서의 인종에 대한 논의는 타당성을 잃게 된다. 이와 같은 논리로 뒤르켐은 자살과 인종적 특수성의 논의를 논박해낸다.



더불어 자살에 친화적인 유전적 요인이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사실 자살의 요인이 유전적 특성에 있다는 주장은 앞서 언급된 인종에 관한 논의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다만 인종의 개념에 관해서는 이미 논박된 바 있으므로, 유전에 관한 논의는 동일한 피를 공유하는 개개의 혈족, 가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어느 가족 공동체의 계보 안에 자살자가 존재한다면 이는 자살 친화적인 유기적 조건이 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유기적 조건은 자식에게 유전되기에 이후 그 피를 이어받은 자손들은 자연스레 자살 친화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뒤르켐에 따르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살자가 존재하는 가족 공동체에서 또다시 자살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그렇지 않은 경우도 파다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유전적 요인은 한 인간의 신체적 조건과 질병에 관하여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자살에의 경향 또한 유전적 요인이라면 자살이 발생한 가족 공동체들 내에 필연적으로 또 다른 자살자가 나타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유전법칙의 예외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많다. 따라서 위의 주장은 타당성을 입증할만한 근거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한 가계 내에서 다수의 자살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유전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전염현상에 기인한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 경우 자살은 유전된 유기적 조건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혈족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부터 발생한 강박관념에 의한 결과가 된다.



1.3 자살에 대한 우주적(자연적) 요인의 부정


위의 논의를 통해 뒤르켐은 자살의 개인적 특질 즉 정신질환이나 정상상태에 자살의 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정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개인의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비사회적 요인으로서 우주적(자연적) 요인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검토해야만 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자살은 특정한 지리, 특정 계절, 하루 중 특정 시간대 등의 조건이 인간의 자살 충동을 자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뒤르켐은 지리, 계절, 시간대 등과 관련된 자살률 통계를 통해 정밀하게 논박해나간다.



결론은 위의 우주적 요인 모두 자살의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나 계절, 혹은 낮과 밤 같은 요소들은 일견 자살에 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단지 이차적이고 간접적인 요인들에 불과하다. 먼저 기후와 계절, 시간대에 대한 각 사회의 자살률 분포는 상관관계를 뽑아내기에 지나치게 예외가 많다. 예를 들어 무더운 기후에서 높은 자살률을 보이므로 무더운 기후는 자살의 한 가지 요인이 된다는 주장은 무더운 기후임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현저하게 낮은 여러 지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그 설득력을 잃는다. 



다만 낮의 길이는 자살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통계에 의하면 낮의 길이가 길수록 자살률도 비례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일조량과 자살과의 상관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늦은 아침이나 오후에 비해 일조량이 가장 많은 대낮이 가장 자살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르켐은 낮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인간이 가장 활동적인 시간대라는 점에서 찾는다. 대낮은 그 당시에 휴식 시간이었는데 이 때 낮의 시간대 중 활동이 중지되면서 동시에 자살도 중지 된다는 것이다. 우주적 요인으로 보였던 기후나 계절, 시간대의 요인들도 실은 인간의 ‘사회적’ 활동과 결부된 요인이었으며 따라서 자살은 비사회적 요인으로서의 우주적 요인과는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1.4 자살과 모방의 상관관계 부정


개인의 심리 상태, 혈족 간 유전, 자연적 요인들을 모두 부정하면 남는 것은 인간 심리에 내재한 모방의 경향이다. 모방이 사회적 요인이 아닌 비사회적 요인으로서 분류되려면 모방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모방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1) 소속된 사회집단 내에서의 의식의 평균화

(2) 사회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도덕적 관습과 제도의 준수

(3) 단순히 보고 들은 행위를 재생하는 행위



위의 모방의 형태 중 (1)과 (2)는 기계적인 복사에 의한 단순 모방이라 할 수 없다. 더욱이 이 둘은 ‘사회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형태의 모방을 비사회적 요인으로서의 모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여기에서 논의될 수 있는 모방이란 '(3) 단순히 보고 들은 행위를 재생하는 행위'로 국한되어야 한다.



모방이 보고 들은 것의 본능적 단순 재생이라면 모방은 전염성을 가진다. 전염성이란 언제나 중심부로부터 주변부로 퍼져나가므로 모방에 의한 자살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인 통계를 살펴보아야만 한다. 뒤르켐은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실제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나타난 통계는 위의 전제와 일치하지 않음을 발견한다. 전염의 특성을 고찰해볼 때 전염은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더욱 빠르게, 더욱 높은 밀도로 확산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통계에선 오히려 주변부의 자살률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자살률이 높은 지역들을 비교해볼 때, 서로 인접하지 않은 지역도 상당수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비(非)연속적인 분포 속에서 자살률이 높은 지역은 대체로 동질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살은 단순 모방에 의한 전염을 통해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일반적인 조건, 즉 사회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뒤르켐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자살이 전염되는 현상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학적으로 유의미한, 즉 사회 전체의 자살률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일축한다.



이상 뒤르켐은 『자살론』의 제1부를 통해 특정 사회의 자살률을 분석하는 데 있어 비사회적 요인들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은 수많은 오류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였다. 이후의 논의에서 그는 ‘자살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개진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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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정리]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 『자살론』 / 삼성출판사 -제2부-



  1.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임희섭 역, 『자살론』, 삼성출판사, (199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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