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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도서 리뷰 및 감상] 도스토예프스키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총3권 / 민음사

by Radimin_ 2016.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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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민음사에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총3권 세트를 받았다.


가격은 22,400원.


정확히 계산해보진 않았지만 

저 세트 중 한 권 가격이 대략 9,500원인걸 감안하면 

묶음 가격에 22,400원이라는 가격에는 상당한 할인이 적용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박스에 담겨 포장되어있고 


맨 위 사진처럼 도스토예프스키 공책이 같이 담겨있다.



이 작품의 다른 번역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민음사판의 번역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중 인물 묘사의 번역도 상당히 매끄럽고 훌륭하게 되어있을 뿐만아니라

특히 인물들의 대화문 번역은 각 인물의 특성을 충분히 잘 살려내고 있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작품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는

각 인물들의 대화에서 우러나오는 날카로운 심리묘사인데

특히나 이 점을 번역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더불어 3인칭 작가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서술 또한 

이질적인 번역어투를 상당한 수준까지 완화하고 있어서 읽는데 매우 수월했다.





스토리 또한 매우 흥미진진하고도 치밀하다. 


먼저 이 소설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카라마조프 가는 

그 족보나 가문 구성원의 행실이 (안좋은 쪽으로)매우 특이한데,

거의 막장에 가깝다.



카라마조프 3형제의 아버지인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부유한 세습귀족으로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첫 번째 아내에게서 드미트리를 낳고

두 번째 아내에게서 이반과 알렉세이를 낳는데

아내가 있는 가운데에서도 자기 집에 술과 여자를 불러 하렘을 만들고는

온갖 음탕한 짓과 광대짓을 하는 위인인데다가

자기 자식들을 하나같이 방치하거나 버려두고 나중엔 심지어 그 존재조차 잊어버리며

자식에게 돌려져 있던 죽은 아내의 재산을 모두 가로채는 등 

온갖 인간이하의 일들을 저지르던 사람이다.

더욱이 장성하여 돌아와 자신의 자신을 요구하던 첫째 드미트리를 

감옥에 집어넣기 위해 술수를 쓰고

심지어 드미트리의 애인을 두고 연적관계에 돌입하여

거의 원수지간이 되어버린다.

즉, 망나니로 분류될만한 인간이다.



드미트리 또한 과거의 불행한 유년시절로 인해 성정이 매우 뒤틀려버린 인간으로

순수하고 명예로운 심성과 저돌적이고 폭력적이며 광포한 심성을 동시에 지는 인물이다.

이 드미트리와 표도르가 부딪치면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쏟아져나온다.



이러한 표도르와 드미트리의 연적관계를 중심으로 

냉철한 성격의 이반과, 드미트리와 관련된 여자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그 갈등의 중심에서 마구 뒤섞이며 부딪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갈등을 천사라고 불리는 성정을 가진 알렉세이를 중심으로 하여 관조하며

후에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는 표도르 살해 사건을 두고

그 범인을 찾아내는 심문과 공판 과정에서

각 인물들의 치밀한 심리와 그 심리의 붕괴과정,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고급스러운 반전들을 계속해서 쏟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적인 과장을 쓰고 있군' 라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작가가 러시아의 특종 사건을 회상하면서 '특이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 남긴다' 라고 말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점에서 소설을 읽을 때 항상 방해되는 관념 중 하나인, 

'그래봤자 소설적 허구이자 과장일 뿐이야' 라는 관념을 떨쳐내고 그 인물들 하나 하나의 심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프로이트, 니체, 앙드레 지드 등 

각계의 저명한 작가, 학자들에게 찬탄을 받았을 뿐 아니라  

19세기와 20세기, 더불어 

오늘날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지성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현대 학계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주제로 남아있는 여러 무거운 주제들을 이야기 속 인물과 갈등 속에 놀라울정도로 잘 녹여내고 있다.



예컨대 작중인물인 이반 표도로비치의 사상과 내면의 갈등만을 살펴봐도

프로이트에 이어 자크 라캉에 와서 절정에 도달한 무의식 담론이나

니체의 [도덕의 계보], [선악을 넘어서]와 마주치게 된다. 



또한 이 작품에서의 인물은 선과 악이 뚜렷하고 인물의 성격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데

논리적으로는 공존할 수 없고 모순으로 보이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성격이 한 인물 내에 동시에 공존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인물들을 이끌어간다.



따라서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던 각 인물들의 특유한 말과 행동들은 

점차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그들이 살아온 여정, 

그리고 그들 내부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는 모순들의 종합임을 알게된 순간

오히려 나에게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사람은 결코 A 혹은 B 혹은 C와 같이 명확히 정해질 수 없을 뿐더러

우리 스스로가 우리 내면에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수많은 모순들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량하면서도 동시에 사악할 수 있다는 것 

대항하면서 동시에 복종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랑하면서 동시에 증오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난다는 것

이와 비슷한 많은 모순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나 스스로까지도 

그 일관되지 못한 생각들과 행동들 때문에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남에 대한 조언은 쉽게 잘 한다.

"그게 뭐가 고민이야? 이렇게 하면 되잖아."

"왜 그렇게 쩔쩔매는 건지 답답하다."

등등의 말들을 하면서 상대방의 고민에 찬 모습들을 답답해하곤 한다.

하지만 언제나 조언은 쉬운 것이다.

왜냐하면 조언은 항상 논리적이고 

논리적이라는 것은 언제나 일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은 결코 일관될 수 없다.

사람에게 집중력이 강조되는 것도 

사람이 일관되게 어느 하나의 것만을 마음에 담고 있기가 힘들다는 점을 의미한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고민은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에는 어마어마한 심리적 응축물들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답답하리만치 그 문제의 자명한 답을 놓고도 쉽사리 어쩌질 못하는 것이다.



나 뿐만아니라 상대방 또한 그러한 모순을 안고 산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아무리 독특하고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그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되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밀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람으로부터 아름다운 인간성과 유대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여 발디딜 틈도 없이 부딛히며 살면서도

극도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데 

우리에게 필요한건 바로 이 점, 내 안의 모순과 상대방의 모순을 함께 이해하려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이 작품은 오늘날에 와서도 전혀 바래지않은

아니 오히려 더욱 필요해진 그런 문제들을 빽빽히 담고있다.


나도 1독을 마친 상태이지만 적어도 5독은 해야 이 책이 담고있는 것들의

반은 발견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줄거리 정리 sp.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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