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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도서 리뷰 감상] 요한 울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by Radimin_ 201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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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울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각주:1]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자 읽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봤을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엇갈린 사랑으로 인한 비극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정독하진 않았어도 이 작품의 줄거리를 아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혹자는 중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내어주신 과제를 통하여, 또 혹자는 대학 교양과목에서, 또 더러는 라디오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해봤을 이 작품의 내용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하지만 내용과 결말을 알고 있는가의 여부는 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그 내용에 있기 보다도 엇갈린 사랑의 관계 속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체험해야했던 행복과 절망, 혼돈과 광기, 그리고 비극적인 고통에 대하여 울부짖는 듯한 그의 심정적 토로에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이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이미 그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줄거리를 모른 채 이 작품을 읽는 것과 하등 차이가 없다는 것을 완독한다음에 느끼게 되었다. 명작이란 다름아니라 독자가 그 작품에 대하여 어떤 정보를 갖고있든, 혹은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든 그것과 상관없이 그를 자신 속에 온전히 품어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부터는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작품 감상 전에 줄거리를 보기 원치 않으시는 분이 있다면 아래 '더보기'를 클릭하지 말길 바란다.



필자는 이 비극의 중심이 되고 있는 베르테르와 로테, 그리고 알베르트에 대하여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고 또 누구의 입장만을 동정할 수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사랑은 불처럼 찾아온 정열적인 사랑이었다. 혹자는 베르테르가 로테의 약혼사실을 만남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따라서 베르테르가 그녀에게 느낀 감정을 초기에 스스로 쳐내지 않았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할 것이다. 필자도 작품을 읽는 내내 그러한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테르의 수많은 편지속에 담긴 그의 지독한 고통을 보면서 차마 그에게 잘못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인간의 감정이 이성과 의지대로만 움직여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미 불붙어버린 감정은 종종 그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비극이 아니겠는가. 차라리 인간의 본성을 탓할지언정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무능력 상태에 빠져버린 자를 탓할 수는 없다.

반면 로테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처음부터 확실시 하지 않고 모호한 상태로 남겨두어 결국 이러한 비극을 초래했다는 혐의를 씌울 수 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애초에 그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겐 그 감정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알베르트와의 약혼 속엔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르테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규정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겐 이미 모순이었다. 그녀에겐 당연히 베르테르에 대한 감정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논리를 초월해있었다. 논리적으로는 존재 불가능한 모순이 그녀 내면에 보란듯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그녀를 탓할 수 있겠는가?

알베트르의 경우는 어떤가. 사실 알베르트야말로 이성적으로는 우리가 가장 동정해야할 피해자가 아닌가. 자신의 업무로 인해 잠시 약혼녀 곁을 비워둔 사이 베르테르라고하는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약혼녀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알베르트는 약혼녀인 로테가 베르테르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우정관계를 제의하며 자신이 겪어야할 괴로움을 감내하고자 했다. 알베르트도 결국 로테의 베르테르에 대한 감정을 우정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약혼녀를 믿어주고 그녀를 위해 희생하는 자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베르테르의 자살로 귀결되지만, 이를 통해 무언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베르테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해버린 로테와, 치정관계에 있던 베르테르의 죽음을 목도해야했던 알베르트, 그리고 편지로 남겨져 그의 친구로부터 독자들에게 전해지게 된 베르테르의 고통들은 그대로 남겨져 버렸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비극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이 소설에서 비롯된 심리학적 현상이 있다. 일명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 것이 그것인데, 이 작품이 출간된 1774년 이후 이를 읽은 독자들 중 실연당한 남자들이 베르테르의 자살을 똑같이 모방하여 삶을 마감한 사건을 두고 형성된 개념이다. 그마만큼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베르테르의 고통은 독자들에게 강력한 감동과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불과 14주만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괴테는 이 작품을 쓰면서 마치 무엇엔가 홀린 것 같은 내적 체험을 하며 작품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잡아낸 인간 내면이야말로 정말 생생한 인간 내면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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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한 울프강 폰 괴테, 박찬기 역,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199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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