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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속에서 발견한 사회적 불안

by Radimin_ 2016.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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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카페에 나가서 책을 읽고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카페 안은 금새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얼마 뒤 내 옆 자리에 한창 귀여울 나이인 2살부터 5살 가량의 아이들 네 명과 엄마 둘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모습이 나로 하여금 절로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내 테이블 맞은편 의자에 올라왔다.


나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모른 척 하기가 힘들어 평소 간식거리로 챙기고 다니는 초코바 하나를 가장 큰 5살 가량 남자아이에게 건넸다. 


"아가야 이거 동생들이랑 나눠먹어."


그러자 그 아이는 갑자기 얼어붙더니 받아든 초코바를 다시 내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니?"


"네."


그리고는 엄마들이 있던 테이블로 돌아갔는데 그 남자아이가 동생들에게 타이르던 말을 듣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한테 저런거 받아먹으면 죽어!"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엄마들도 깜짝 놀라 야! 하면서 소리질렀지만, 나는 못들은 척 다시 이어폰을 꽂고 책을 다시 펼쳤다.


민망함과 동시에 묵직한 무언가가 내 가슴을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은 솔직하고 순수하기 때문에, 평소 어른들의 품행이나 그 시대를 이루는 사회상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과 같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부모님께


"모르는 사람 따라가선 안된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것도 받아선 안된다."


하는 걱정어린 잔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부모님의 당부에 충실했던 그 당시 어린이들은 낯선 어른의 선물을 거절 할 때면


"부모님이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받지 말래요." 


라고 말했었고, 동생들에겐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받으면 안되는거야!"


하며 타이르곤 했었다.


그러나 그 순수한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받아먹으면 죽어!" 라는 말은 나의 어렸을 적 "받으면 안돼!" 라는 말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죽음' 이라는 말이 5살 짜리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민감한걸까.






저녁시간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내 방은 복도 끝에 있는데, 복도를 들어오면서 한 현관문에 열쇠가 꽂혀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열쇠고리를 보니 여성분의 것이 확실했다.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갔다.


사실 한참 전에도 그 현관문에 열쇠가 꽂혀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말해줄까 하다가 되려 이상한 의심을 살까봐 용기내지 못하고 그냥 놔둔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강남에서의 끔찍한 사건도 있었고, 여성을 대상으로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인데


여동생도 있고 여자친구도 있는 입장에서 이번 만큼은 말해주어야겠다 싶어 용기내서 그 현관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문을 통해 전해진 목소리는 역시나 여성의 목소리였다.


"저 이웃집 사람인데요."


"그런데요?"


"저기 다른게 아니라 문에 열쇠가 꽂혀있는데 위험해 보여서요."


"고맙습니다."


대화 내내 목소리에 깃든 의심의 기척은 가시지 않았다.


나는 내 할 말을 끝내고 그 분이 문을 열고 열쇠를 거둬갈 수 있게 얼른 건물을 내려가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다행히도 꽂혀있던 열쇠는 그 자리에 없었다.


남자인 나 조차도 알 수 없이 내 마음을 짓누르는 불안감 때문에 밤에 내 방에 돌아올 때면 항상 경계심을 갖고 복도를 살핀다.


하물며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이란 어느정도일까? 짐작하기도 힘들다.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을까.


카페에서 만난 참 똑똑하고 든든한 오빠라는 생각이 들었던 5살 짜리 남자아이와 


실수로 자신의 현관문에 열쇠를 꽂은 채 집 안에 있던 여성분을 보면서


나는 더운 날씨에도 서늘한 한기를 느끼며 서글픈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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