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가변성

Posted by 딤레인
2016.04.21 14:14 사색

과거는 지나간 사실이며 불변한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있다. 하지만 과거는 변화한다. 그것도 현실에 의해, 현실보다도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인간의 사유 체계에서 과거는 현실이 세워지는 토대로 기능한다. "과거에 의해 현재는 이렇게 되었다"라는 합리적이고 인과론적인 사유를 진행시키기 위해 우리는 역으로 현재로부터 과거를 생성하여 원인의 자리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그 과거란 반드시 진정한 사실일 필요도 없다. 단지 다수가 납득할 수 있을만큼의 논리적 합리화만 수행된다면 현재에서 생성된 과거는 "불변의 사실로서의 과거"로 받아들여진다. 생성된 과거의 사실성에 대한 증명도 사실 그것이 진정 사실이라는 그 자체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한 논리적인 증명(사실적 증명이 아닌 언어적 증명)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다. 유물에 의한 고고학적 증명이든 기록에 의한 증명이든 그것이 과거의 흐름 속에서 특정 위치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어적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에서 그 논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과거는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 서술에서 흔히 접하는 "사건 a는 현재 학계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는 언명을 보자. 순수한 의미에서의 '사실'이라는 것은 타자에 의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타자에게 '엄습하는 것'이다. '사실'의 순수한 개념은 타자가 그것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그의 태도를 넘어서서 이미 존재하는 무엇이다. 그러나 위의 언명에서는 '사실'이라는 것이 타자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언어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타자의 언술에 의해 그 존재성이 부정되기도하고 긍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위의 언명에서 거론되는 '사실'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사실이 아닌 '현재가 생성해내는 과거'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는 분명 가변성을 띠고 있다. 이 가변적 과거는 현재를 합리화하는데 동원된다. 현재에 대한 존재론적 합리화든 당위론적 합리화든 분명 그것은 현재 이후에 생성되어 현재를 합리화한다. 이러한 합리화가 학계의 권위자들에 의해 인정된다면 그것은 사실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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