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영화 리뷰] 토드 헤인즈 감독 「캐롤Carol」 (2015)

by Radimin_ 2016. 7. 12.
반응형


스토리가 치밀하거나, 심오한 상징들을 심어놓은 영화들이 있다. 이러한 영화들은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극대화시켜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다른 요소에 집중하여 관객을 매료시키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의 분위기와 감각적 요소들을 잘 살려 은은하게 전해지는 느낌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 이번에 소개할 「캐롤Carol」이 바로 이러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반전요소이라든가 웅장한 스케일, 혹은 치밀한 전개 등과 같은 스토리적 요소는 없지만,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향기처럼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음악이 아닐까 싶다.

동성애적 사랑에 눈을 뜬 두 여인, 캐롤 에어드(케이트 블란쳇 역)과 테레즈(루니 마라)간에 느닷없이 찾아온 이유없는 사랑의 감정.

이 영화의 삽입곡들은 은근하지만 점점 더 강렬해져가는 두 여인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고도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더불어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두 여인들이 주고받는 서로를 향한 눈빛이다.

이 영화에선 별다른 말이나 표현이 없어도 두 여인의 눈빛 안에 그녀들의 복잡한 감정이 충분히 표현되고 있다.

그 눈빛을 보고 있으면 관객 또한 그들이 주고 받는 감정의 파동에 휘말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스토리 상으로는 스펙타클이나 강렬한 반전 같은 자극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스토리에 중심을 두고 내용 파악에 집중하는 것은 자칫 이 영화의 포인트를 놓치는 감상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를 따라서 흐르는 각각의 장면 속에서 인물들의 침묵과 눈빛, 음악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향취를 한껏 느껴보는 것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논리적 구성과 치밀함, 상징과 관념들을 직조하듯 짜놓은 영화들은 그것을 분석하는 데 고도의 논리적 시각과 통찰력,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논리와 이성에 기반한 감성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듯하다.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며 음미하는 것. 이것에 초점을 맞춰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맛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