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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영화 리뷰] 커트 위머 감독, 크리스찬 베일 주연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

by Radimin_ 201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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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감정이란 요소 만큼 복잡한 주제도 없다. 인간은 감정 때문에 인생의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울고 웃으며 지내는가? 우리가 열심히 스스로의 인생을 일궈가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그러다가도 우리는 종종 타인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놓아두기도 한다. 스스로 감정을 느끼고 동시에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 이러한 능력은 인간의 역사에서 이성이 불가능했던 수많은 일들을 실현시켜왔다. 감정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성보다 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감정은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분노, 증오, 혐오, 시기, 두려움,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사람들을 반목하게하고,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심지어는 인류 최대의 비극인 전쟁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간적이라는 것, 인간답다는 것은 아름답고 완벽하다기 보다는 변덕스럽고 나약하며, 불완전함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 하나의 딜레마가 떠오른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평화로운 삶인가 인간다운 삶인가?



인간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감정은 평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감정이 없다면 인간은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인류의 번영과 종족보전이라는 목적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쓸데없는 폭력이나 반목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로지 자기보존 목적, 종족보전 목적에만 자신의 삶을 저당잡힌다면 그 인간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기쁨, 슬픔, 분노, 희망, 감동 등이 인간에게서 증발해버린다면 그 삶은 무엇이 되는 것일까?



영화 「이퀼리브리엄」은 바로 이러한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엄청난 파괴와 절멸을 경험한 인류의 새로운 도약으로부터 시작한다. 전쟁을 겪은 인류은 전쟁의 원인이 인간의 감정에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그들은 감정을 모든 악의 근원이라 여기고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는 약물인 '프로지움'을 개발한다. 그리고 강력한 사회적 통제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에게 프로지움 투약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투약하지 않고 감정을 느끼거나, 예술품, 애완동물 그 밖에 모든 감정유발요소들을 소지하는 것에 대하여 반역죄에 해당하는 강력한 처벌을 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판을 총괄지휘하는 '그라마톤 클레릭'을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감정유발자들을 심판하고 예술품들을 소각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최후에는 감정유발자와 감정유발요소를 모두 제거하여 전쟁없는 평화로운 인류 사회를 건설할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프로지움을 투약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라마톤 클레릭과 그의 지휘하에 있는 모든 병사들도 프로지움을 투약했기 때문에, 감정유발자들에 대한 살해에 대하여 일말의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그들에게 감정유발자 즉결처형은 그저 전쟁없는 사회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그들이 새로이 건설한 도시는 모든 감정적 요소가 배제되어 있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회색빛이고, 업무용 데스크는 한치의 오차없이 동일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집안은 어떠한 장식도 허용되지 않으며, 창문은 반투명 필름으로 코팅되어있어 풍경을 보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든 감정이 억제된 상태이므로 이 점에 대하여 지겨운 감정이나 불만도 가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제목인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은 평형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평형은 어떠한 위치에 수렴한 후 달성되는 안정적이고 부동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내면의 모든 자극을 해소하고 평형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영화제목은 추측컨대 프로이트의 학설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 아닌가 싶다.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삶의 충동(에로스)과 죽음충동(타나토스)이 이 영화에선 감정과 평화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삶의 충동은 끊임없이 격동하며 활동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하지만 죽음충동은 활동에 반하여 모든 것을 멈추고 정적인 상태에서 '평형'을 이루고자하는 충동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속 인류 세계 리브리아의 중심 센터 명칭이기도 한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은 바로 감정을 억제하여 평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죽음충동(타나토스)의 최종목적인 '평형'상태와 동일시하여 붙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의식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평화인가 인간다움인가'라는 딜레마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있는 감상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액션씬이다. '건 카타'라고 불리우는 권총을 이용한 가상의 무술은 그라마톤 클레릭 전용 기술로, 인체의 활동반경과 각도를 정밀하게 계산하여 사방의 모든 적을 빠르게 제압하는 기술이다. 이 건 카타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크리스찬 베일의 액션씬을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 놓쳐서는 안 될 주요 포인트이다.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은 2002년에 개봉해 14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영화이다. 비록 매트릭스의 아성을 깨진 못했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매트릭스와 비교하여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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